無心(무심) 길에서(강화 나들길 7구간)
"無心(무심) 길에서"
- 원 종 택
8시 30분 경, 화도면 마니산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지난 봄처럼 붐비지는 않았지만, 입구에는 산행을 시작하려는 등산 차림이 꽤 여럿이다.
하긴 붐빌지라도 오늘은 마니산 산행이 아니라 나들길 7구간을 돌아 볼 요량이기에 부담이 적다.
강화 나들길,
온전히 발 품만으로 세상을 둘러본다는 유행을 타고,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지역민의 實益(실익)과 反撥(반발), 공무원의 熱意(열의)에 대한 탐방객의 冷笑(냉소) 등
半信半疑(반신반의) 사이에서 有名無實(유명무실)해진 길(道)도 많지만,
아픈 역사와 문화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만날 수 있어 입 소문이 무성하였다.
멀지 않은 곳이라 자주 찾기도 하였고, 실제 나들길 7구간을 제외하면 이미 거의 둘러 보았던 곳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매미 울음 소리가 유난했던 광성보의 녹음과 용두 돈대, 민머루 해수욕장과 장구너머에서의 호젓한 추억,
강화 도령 생가와 읍내 5일장, 함허동천, 고려산 진달래, 등 철 따라, 발길 따라 찾아 들던 그 곳,
그 장소를 주제별 또는 지리적으로 묶어 나들길 8구간과 도서 4구간으로 개발하였으며, 그 중 7구간은
강화 서남쪽에 위치한 화도면을 중심으로 갯벌 체험과 가벼운 산행을 겸할 수 있는 길이다.
인도가 없는 좁은 차도를 따라 걷는 게 위험하다.
면사무소와 화도 초등학교 쪽으로 우회하는 길을 찾아 보지만, 막혀 있고, 나들길 표식도 없다.
화도 농협을 지나 이면 도로를 만나곤 곧 바로 차도를 내려선다.
마니산 서편 기슭, 넘어 가는 길은 어느 구릉쯤일까? 야트막한 곳을 가늠해 본다.
햇살 퍼진 너른 들판 너머로 조잘조잘, 째잭~짹 조그만 녀석들이 무리 지어 나른다.
내리, 안골 길로 접어들며 그제서 나들길 이정표와 함께 내리 성당이 200M 남았단다, 반가웠다.
언덕 배기 갈림 길에서, 동녘말 길을 돌아 오는 길로 정하고는 내처 안골 길을 간다.
길 한쪽, 급조한 둔덕이 눈에 뛴다, 소와 사슴 등 18마리를 埋沒(매몰)한 곳이란다.
지난 구제역 파동 때 희생된 짐승도 짐승이려니와 꼭 마을 한복판에 매몰해야 했을까?
허탈한 農心(농심)에 그나마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면 덜 아파했을 텐데......
양철 지붕이 꽤나 있다.
벽까지도 함석판을 둘러 친 방앗간을 보며, 새삼스레 고향을 떠 올린다.
할아버지 계시던 시골집 안채는 멋스럽게 틀어 올린 함석 지붕으로, 처마 끝 빗물 통으로 비라도 내리면
댓돌에 서서 물 벼락을 맞으며 장난치던 그 때가 생각이 난다.
또 둘째 큰댁 방앗간에서 벼라도 찧는 날이면, 피대 줄에 감겨 돌아가는 커다란 회전 틀의 굉음과
양철 지붕을 비집고 들어 온 한 줌 빛에 비친 높다데한 바퀴들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벌겋게 녹이 슨 세월만큼 추억 속에서 아스라한 어린 시절을 꺼내어 보지만,
무심한 세월을 탓해야 하나, 아님 기억 속에서 조차 내어 던진 그래서 아주 사라진 건 아닐까?
내2리 마을 어귀, 집집이 개 짖는 소리에 온 마을이 소란스럽다.
어느 집, 누구도 내어 보는 기색이 없다, 순박한 시골 인심이 변한 걸까, 고단함에 지친 무심함일까?
아니 꼭꼭 걸어 잠근 대문 속에는 궁상맞은 그들의 삶을 감추고자 했을지도......
안으로 안으로만 沈潛(침잠)하는 도심 속의 孤島(고도)를 닮아 가는 듯, 가슴 한 켠이 답답해 진다.
대촌(내3리)에 이르러 야트막한 언덕을 오른다.
터지고 맞은 듯, 옹이가 유난히도 많이 박힌, 제법 오래 된 큰 나무가 언덕 위로 서 있다.
팔, 다리며 어디 하나 안 아팠던 곳이 없는 것 같다.
온전히 벗어 던져 흉한 沒骨(몰골)을 지니었어도, 새 봄엔 새 순 새 잎이 돋아나며,
여름날 길손의 땀이라도 걷어 가겠지, 마치 늙으신 엄니의 幻影(환영)을 보는 것처럼......
더는 아프지 마시게나, 엄니 두요!
새로 지은 집들은 왜 따로 떨어져 있을까?
필시 도시를 떠나 흘러 온 사람들이려니, 유독 그런 집에는 흔한 누렁이와는 확연히 다른 개들이 사납다.
산만한 덩치에 제 집이라도 끌고 나올 듯, 먼 발치로 종종 걸음을 내딛는다.
포장 길이 끝나며 林道(임도)인 듯, 흙 길을 호젓하게 감아 돈다.
후포 선착장 옆으로 방파제가 내려 보인다.
밀려난 바다로부터 황량한 들판으로 을씨년스런 바람이 분다, 짚불 연기를 실어 간다.
청둥 오리떼가 무리 지어 석모도로 나른다, 이제 떠나려나 보다.
길 모퉁이 잔 바위에 앉아,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김밥 한 줄로 늦은 아침을 먹는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왔던 길을 되 짚어 본다.
눈에 익은 듯, 어디선가 한 번은 지나쳤을 마을 풍경이 소담스럽다.
자리를 틀고 앉아 무언가를 꺼내려 하지만, 보이는 것만 새로이 그려 넣을 수 밖에......
사그락 사그락, 소복히 내려 오신 님들을 밟으며 다시 길을 떠난다.
간간이 보이는 바다 말고는 오롯한 산길이다.
보이는 대로 참견이더니 매어 단 하늘을 붙잡고도 파랗다느니, 하얗다느니 끼어 든다.
벗어 버린 님들이 아니었다만, 우거진 綠陰(녹음)에 그마저도 가리었다면, 또 무엇을 거들먹거렸을까?
나무 끝 가지에 매어 달린 하늘로 희 뿌연 아지랑이가 피어 오른다.
산 허리를 감아 도는 길 위로 이른 봄, 님들의 물 오른 속살이 싱그럽다.
갯벌이 펼쳐진다.
장화리를 돌아들며, 해안 길 따라 팬션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름 따라 갯벌을 보러 가는 길이다.
저만 치 물러나 앉은 바다에는 골골이 물길만 그려 놓은 채 개펄이 널 부러져 있다.
남들은 머드 팩도 한다던 데, 煩雜(번잡)스러움이 싫어서 일 게다.
나들 길도 갯벌에서 비켜 서 있다, 다행이다.
그들이라고 그들만의 삶이 없을까마는, 허구 헌날 인기척에 그 스트레스는 어떻게 감당하라고......
작은 정성에 바다 생물도 고마워 할 테고, 나 또한 고맙지 아니한가?
곳 부리를 제외한 해안 길은 온통 방파제 길이다.
처얼~썩, 파도 소리는 이제나 오시려나, 저제에는 다녀 가실까?
아쉬움에 눈을 돌리면 산 기슭마다 예쁜 집들이 제 자랑이다.
바다를, 개펄을 일구며 살던 삶이었을 텐데, 이젠 뭇 사람들을 기다리는 처지이려니?
허긴 이도 바다를 껴 안은 삶이려니......
장화리 방파제 끝 단에 日沒(일몰) 眺望(조망)지가 있다.
어딘들 석양이 아름답지 않을까마는, 수평선 넘어 붉은 노을이 가슴에 닿을 듯 하다.
시적 시적 걸었어도 꽤 먼길을 왔다.
시장 끼도 채워야겠고, 다시 넘으려면, 이고 진 등짐의 무게도 비워야 하기에 잠깐이라도 쉬어야 할 것 같다.
느릿느릿하게, 누구는 느림의 美學(미학)이라 말하기도 하더라 만,
걷는다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풍경과 同化(동화)되는 것뿐 아니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외골수 그 녀석을 불러 내어, 따지기도 점잖게 타이르기도 하면서 구슬리면 녀석도 어느 새 잠잠해 진다.
얼마를 더 만나야 할지 모르지만, 녀석을 만나는 일이 좋다, 그래서 걷는 것이 더 좋다.
작은 섬이 이어진다.
나무 몇 그루, 대밭이 조금인 작은 섬으로 내려 서다 만다.
지키고 선 아들들에게 짐이 되긴 싫고,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내 모습에 눈총이라도 받으면.....
북일곶 돈대에 올라 넓은 개활지를 둘러 본다.
여타 돈대의 그것에는 많이 미치질 못한다, 손길이 부족하다.
오늘 처음으로 올레 꾼을 만났다.
돈대를 내려와 갯벌 체험장으로 접어 들며, 만난 일행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강화 나들 길 7구간이 두 번째란다.
유명세를 탄 2구간과 기타 구간 길보다 호젓한 이 길이 탁월한 선택이라 한다.
갯벌 센타를 둘러보고, 이어진 방파제 길을 가다 여차 수로에서 낚시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내려 섰다.
여남은 꾼들이 대를 핀 채, 세월을 잡고 있다,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아차차! 길이 사라졌다, 표시가 없다.
여차 마을 차도로 오르며, 눈 대중으로 길을 가지만, 나들길 팻말을 찾을 수가 없다.
반 시간 여를 헤맨 끝에 주유소 젊은이가 일러 준 곳으로 찾아 간다.
팻말과 리본을 만났다, 무척 반가웠다.
여차 마을 앞 방파제를 오르면, 동막 해변으로 가는 7-1 구간 길인걸, 깜박 놓친 것이었다.
지나 온 산길과는 사뭇 다르다.
마니산 청소년 수련원까지 포장된 도로를 따라, 꽤나 고급스러운 팬션들이 즐비하다.
터벅터벅 발 품을 팔며 걷는 모습에 혀를 찾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렴 어때?
그렇더라도 하늘재를 넘도록 불편한 心氣(심기)가 가실 줄 모른다.
原點(원점)으로 回歸(회귀)하는 길목에 이 길은 아닌 듯 싶다.
차라리 7-1 구간, 동막 해변 끝까지 갔다 지나는 버스를 타고 왔었더라면......
- 3/4 196일차 아버지가
강화 나들길 7구간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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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개 환경친화형 공용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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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無心(무심) 길에서(강화 나들길 7구간) | 원종택 | 4477 | 2012.03.05 1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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