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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면 마음도 따라 핀다

함민복 | 2016.04.27 09:38 | 조회 617


   벚꽃이 피면 마음도 따라 핀다



   누군들 꽃을 보며 가슴 펴 보지 않았으랴.

   

   누군들 꽃을 보며 눈 감아 보지 않았으랴.

   

   누군들 꽃을 보며 무릎 낮춰 보지 않았으랴.

   

   누군들 꽃을 보며 깊은 숨 들이마셔 보지 않았으랴.

   

   누군들 꽃을 보며 노래 가락 흥얼거려 보지 않았으랴.

   

  누군들 꽃을 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해 보지 않았으랴.




 


  꽃은 시(詩)다. 뿌리가 어둠 속에서 캐 올린 밝은 마술이다. 꽃은 식물들의 상상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추다. 꽃은 열매를 받는 안테나다. 꽃은 모든 식물들의 생일날이다. 꽃은 벌과 나비의 직장이고 밥상이다. 꽃은 곱게 떨리는 연애편지다. 꽃나무 아래서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고 꽃나무 아래서 사랑을 고백 받고 싶었다. 꽃은 마음 흔들림의 진원이고 흔들리는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여주는 방파제다.


  봄꽃의 절정, 벚꽃. 벚꽃은 어울림의 꽃이다. 한 나무에 수천수만 송이의 꽃이 핀다. 이 꽃송이들이 어우러져 나무 한 그루가 마치 꽃 한 송이처럼 피어난다. 이렇게 피어난 한 그루, 한 그루의 커다란 꽃송이들이 다시 어우러지며 거대한 꽃구름이 되고 끝없이 이어지는 꽃 파도가 된다. 어디 이뿐인가. 벚꽃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람꽃을 피워 놓는다. 가족을 불러 모아 가족꽃을 피워 놓고 동창생들을 불러 모아 동창생꽃을 피워 놓는다. 외롭게 혼자 나들이 나온 사람도 몸소 품어 꽃이 되게 한다. 벚꽃은 길을 지우고 사람을 지워 모두 꽃으로 피어나게 한다.


  벚꽃은 마음에 피는 등불인가 보다. 하복 갈아입은 첫날 전교생이 모여 조회를 하던 중학교 운동장처럼, 금빛 벼이삭 출렁이는 들판처럼, 밤새 눈 내린 날 문을 열면 펼쳐지던 풍경처럼 벚꽃이 피면 세상이 온통 환해진다. 봄날 환한 곳을 찾아가면 거기 벚꽃들이 어우러져 피어 있다. 벚꽃 잎처럼 작고 그 수가 많은 것들은 모여 쉽게 하나가 되나보다. 


  벚꽃.

  강화도에도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고려궁지 끼고 북문 오르는 길가에 줄서서 하늘 쪽으로 행군 중인 벚꽃은 꽃 터널이 그럴듯하다. 전등사 근처에 있는 강남 고등학교 교정의 벚꽃은 운동장을 따라 둥그런 원을 그리며 핀다. 꽃으로 그려놓은 원을 따라 돌다보면, 가슴에도 절로 꽃으로 그린 원이 하나 새겨지고 이 밝은 원에서 긍정의 마음이 환하게 솟는다. 강화 남단 함허동천과 정수사를 잇는 길에서 바라다보는 마니산 산자락의 벚꽃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늦게 피는 산벚꽃은 연초록 나무 이파리들과 어우러져 파스텔 화를 그려 놓는다. 이 은은한 그림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술렁여 준다.



벌들의 오해/함민복


남 일하는 걸 뭘 그리 봐유

일하는 거 첨 봐유

일하지 않으면서 노는 게

미안하지도 않아유

이 벚꽃나무가 우리들 일터유

꽃 지기 전에 꽃가루 수확 끝내려니

바빠 죽겠시유

맞아유

봄에 우리는 직장을 자주 바꿔유

매화나무 직장, 목련나무 직장, 벚나무 직장...

남 일하는 모습 그거 어디다가 쓰려고

그렇게 사진을 자꾸 찍어댄데유

참 나 원

그래유

내 다리와 머리에 꽃가루 많이 묻었지유

꼴 보기 싫지유

흉보려면 맘껏 봐유

야, 야, 신경 쓰지 말고 일해

작년에도 그랬어

 

  벚꽃의 시화전은 짧다.

  일 년 걸려서 쓴 시를 애착 없다는 듯 화르르 허공에 뿌린다.

  방명록이 여운 일색이다.